대기업 국세감면 82% 급증, 감면율은 오히려 하락


대기업 국세감면 82% 급증과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초과

2025년 한 해 걷지 않고 깎아준 세금이 76조 1084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국세감면율은 15.9%로 법정한도 15.5%를 0.4%포인트 넘겼고, 3년째 초과입니다. 그런데 감면율 자체는 전년 16.1%보다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감면이 폭증해서 한도를 뚫은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수치는 2026년 8월 18일 국회에 처음 제출된 ‘조세지출결산서’에 담겼습니다. 시행령이 정한 제출기한은 매년 8월 16일이고, 올해 처음 만들어진 서류입니다.

‘82%’는 정부 발표에 없던 숫자입니다

화제가 된 건 숫자 자체보다 그 안의 대비였습니다. 기업 규모별 자료를 분석한 언론 보도가 8월 23일 잇따르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국세감면이 크게 늘었다는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상출제는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의 0.5%를 넘는 기업집단으로, 2026년 기준 12조원 이상인 47개가 지정됐습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재정경제부가 8월 21일 낸 보도참고자료에는 ‘대기업 82%’라는 내용이 아예 없습니다. 보도자료가 다룬 건 총감면액·감면율·법정한도, 그리고 소득분위별 귀착까지였습니다.

기업 규모별 수치는 국회에 제출된 결산서 원문에만 있었고, 기자들이 이를 따로 분석해 이틀 뒤 보도한 것입니다. 8월 21일 발표와 8월 23일 보도는 성격이 다릅니다.

참고로 재정경제부는 2026년 1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옛 기획재정부에서 이름이 바뀐 부처이고, 이때 예산 기능은 기획예산처로 분리됐습니다.

‘82%’와 ‘71%’는 서로 다른 숫자입니다

두 숫자는 범위가 아니라 정의 자체가 다르니, 나눠서 봐야 합니다.

81.8%(흔히 82%로 인용)는 상출제 집단 감면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로, 2조 3476억원에서 4조 2685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반면 71.1%는 기여도입니다. 전체 기업 감면 증가분 2조 7021억원 가운데 상출제 집단 몫이 1조 9209억원이었다는 뜻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건 상출제 기업이 전체 감면액의 82%를 가져간 것처럼 읽힐 수 있어서입니다. 실제 비중은 전체 기업 감면액의 16.0%(전년 9.8%)이고, 전체 국세감면 76조 1084억원 기준으로는 약 5.6%입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감면액은 18조 8301억원으로 4.3% 늘었습니다. 증가율은 상출제 집단의 20분의 1 수준이지만, 금액 자체는 상출제 집단(4조 2685억원)의 4배가 넘습니다. 다만 기업 감면 안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5.1%에서 70.4%로 낮아졌습니다. 중견기업과 상출제에 들지 않는 대기업을 묶은 구간은 3조 6천억원대로 제자리였습니다.

이 서류 자체가 올해 처음 나왔습니다

조세지출결산서의 근거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42조의3으로, 2025년 12월 23일 신설돼 2026년 1월 1일 시행됐습니다. 법률 자체에는 국회 제출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작성 의무만 두고 제출 시기는 대통령령에 위임했는데, 2026년 2월 27일 신설된 시행령 제135조의4가 매년 8월 16일까지로 정했습니다. 필수 항목은 전년도 감면액의 전망·실적 비교, 세출예산 분야별·기능별 분석, 세목별 분석 세 가지입니다.

기존 ‘조세지출예산서’가 앞으로 얼마를 깎아줄지 보여주는 전망치 서류였다면, 결산서는 실제로 얼마를 깎아줬고 그 전망이 얼마나 맞았는지를 봅니다.

기업 규모별 분석과 소득분위별 귀착 분석은 법이 강제한 항목이 아닙니다. 재정경제부는 귀착 분석을 이번에 처음 시도했다고 밝혔는데, 다음 결산서에도 실릴지는 지켜볼 부분입니다.

감면율은 낮아졌는데 법정한도는 넘었습니다

재정경제부 원문 표를 보면 2024년은 감면율 16.1%에 법정한도 14.6%로 1.5%포인트 초과했습니다. 2025년은 감면율이 15.9%로 0.2%포인트 낮아졌는데도, 법정한도가 15.5%로 더 낮게 잡히면서 0.4%포인트 초과가 됐습니다. 2026년 전망은 감면율 16.1%에 한도 16.4%로 다시 준수입니다.

국세감면율과 법정한도2024~2026년 추이2026년은 정부 전망치감면율 실적법정한도초과분2024년초과실적 16.1% · 법정한도 14.6%한도 대비 +1.5%p2025년초과실적 15.9% · 법정한도 15.5%한도 대비 +0.4%p2026년(전망)준수실적 16.1% · 법정한도 16.4%한도 대비 −0.3%p자료: 재정경제부 조세지출결산서(2026.8.21)

한도가 매년 다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법정한도는 절대 상한선이 아니라, ‘직전 3년 평균 감면율 + 0.5%포인트’로 매년 다시 계산되는 후행 이동평균입니다(국가재정법 시행령 제41조). 그래서 감면율이 낮았던 해가 평균에 남아 있는 동안은 한도도 낮게 잡히고, 그 해가 빠져나가면 한도는 저절로 올라갑니다. 2026년에 준수가 전망되는 것도 실적이 개선돼서라기보다 이 산식의 영향이 큽니다.

한도를 넘어도 제재는 없습니다

국가재정법 제88조 1항은 재정경제부장관이 감면율을 한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만 정합니다. 벌칙이나 예산 삭감 같은 제재는 없습니다. 다만 2026년 2월 10일 신설된 같은 조 3항에 따라, 한도를 초과하면 그 내역과 사유를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 조항이 실제로 적용될지는 2026년 9월 3일까지 제출될 2027년도 예산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급증을 만든 것은 R&D·투자 세액공제입니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가 1조 1902억원, 통합투자세액공제가 7193억원 늘었습니다. 두 항목의 증가분을 합치면 1조 9095억원으로, 상출제 집단 감면 증가분 1조 9209억원과 거의 같습니다. 다만 원문 항목표에 기업 규모 구분이 없어, 두 수치가 정확히 같은 대상인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2023년에 못 받은 공제가 한꺼번에 반영됐습니다

세액공제는 낼 세금이 있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대·중견기업 최저한세율 17%). 그해 못 받은 몫은 10년간 이월됩니다(조세특례제한법 제144조). 2023년은 반도체 업황이 크게 부진했던 해입니다. 그때 이월된 공제가 2024~2025년 실적 회복과 맞물려 한꺼번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정경제부도 2024년 실적 개선, 이월 공제 반영,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 공제 대상 확대를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다만 개별 기업이 얼마를 받았는지는 결산서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미 1년 전에 예고돼 있었습니다

이번 급증은 갑작스러운 폭로가 아닙니다. 재정경제부는 2025년 9월 「2026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서 상출제 집단 비중이 9.8%에서 15.7%로 뛴다는 전망을 이미 냈습니다. 이번 실적 16.0%는 그 전망과 0.3%포인트 차이에 그쳤습니다.

줄어든 항목도 있습니다

감면 상위 항목표를 대조해보면 늘어난 항목 옆에 줄어든 항목이 보입니다.

항목 2024년 2025년 증감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2조 9574억원 4조 1476억원 +1조 1902억원
통합투자세액공제 1조 7694억원 2조 4887억원 +7193억원
통합고용세액공제 3조 8106억원 4조 3035억원 +4929억원
근로장려금 4조 7122억원 4조 6367억원 -755억원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감면 2조 3636억원 2조 3404억원 -232억원

저소득 근로자를 지원하는 근로장려금과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균형을 위해 하나 더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 국세감면 76조 1084억원 중 기업 몫은 26조 7612억원으로 약 35%이고, 나머지는 개인 등의 몫입니다. 감면 상위 1~4위 항목도 보험료 특별소득·세액공제, 연금보험료공제, 근로장려금,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로 전부 개인 대상입니다.

재정경제부는 소득분위별 귀착 분석도 함께 내놨습니다. 소득 10분위(최상위 구간)가 주요 조세지출의 34.7%를 가져가지만, 같은 10분위가 부담하는 결정세액 비중은 77.6%로 더 높습니다. 다만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자료라는 점은 밝혀둡니다.

개인에게 오는 건 가을 세법 개정입니다

결산서 자체가 개인에게 바로 와닿는 숫자는 아니지만, 앞으로의 세제 방향과는 맞닿아 있습니다. 정부는 결산서보다 열흘 앞선 2026년 8월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조세지출 241건 중 115건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합고용세액공제에서는 대기업을 빼고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좁히고, 신성장·원천기술 투자세액공제에는 주기적 재평가 체계를 넣습니다.

늘리는 쪽도 함께 담겼습니다. 이차전지·반도체 등 6대 전략품목에는 국내생산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R&D·투자세액공제에는 비수도권 지역계수를 새로 넣습니다. 대기업 감면을 줄이는 방향과 특정 산업·지역을 늘리는 방향이 동시에 움직이는 셈입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근로장려금이나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개인이 체감하는 항목의 기준이 함께 손질될 여지도 있습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이 결산서보다 가을 세법 개정을 챙겨보는 게 더 실질적입니다.

가을 세법 심사에서 갈리는 것들

결산서 하나로 결론을 내리기는 이릅니다. 정부는 2026년 한도 준수를 자신하고 있어, 국가재정법 88조 3항의 사유 설명 의무가 실제로 발동할지는 2027년도 예산안 제출 때 드러납니다. 정부가 정비를 예고한 사이, 국회에서는 1조 7933억~2조 3259억원 규모의 감면 연장·확대 법안이 여야 양쪽에서 발의됐습니다. 감면 축소가 매년 어려운 이유가 정부 안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기업 규모별·소득분위별 분석이 다음 결산서에도 실릴지도 봐야 합니다. 법정 필수가 아닌 항목이 계속 남는지가 이 제도의 정착도를 보여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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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26년 8월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수치는 2025년 국세감면 결산 기준이며, 조세지출결산서는 2026년 8월 18일 국회에 처음 제출된 자료입니다. 제도는 이후 바뀔 수 있으니 최신 공식 자료를 확인하세요. 개별 세무 판단이 필요한 경우 세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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