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요건 강화의 전말 (feat 트래블룰)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요건 강화 — 8월 20일과 트래블룰 확대 시점 비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문턱이 8월 20일부터 금융회사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대주주 범죄경력 심사와 재무건전성 요건이 이날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같은 개정안에 담긴 트래블룰(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송신인·수신인 정보를 확인하는 제도) 전면 확대는 8월 20일이 아닙니다.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 그러니까 내년 2월경에 시행됩니다. 100만 원 미만 소액 송금까지 트래블룰이 걸리는 시점은 아직 반년 넘게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글에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지점도 바로 이 시차입니다. 두 일정을 나눠서 봐야 이번 개정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 제대로 보입니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요건과 트래블룰, 시행일이 왜 갈리나요

이번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은 조항별로 시행일이 다르게 설계돼 있습니다. 신고제 강화(대주주 심사, 재무건전성)와 퇴직자 제재조치 통보는 2026년 8월 20일부터, 그 외 조항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고 금융위원회가 8월 11일 보도자료에서 밝혔습니다. 트래블룰 전면 확대, 해외거래소·개인지갑 규율, 고객확인의무 명확화가 전부 “그 외” 쪽에 들어갑니다.

무엇이 바뀌는지 시행일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항목 개정 전 개정 후 시행
심사 대상 대표자·임원 대표자·임원 + 대주주(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법인 최대주주의 최대주주·대표자 포함) 2026년 8월 20일
재무·조직 요건 없음 부채비율 200% 이하, 최근 3년 채무불이행 없음, 자금세탁방지 인력 4인 이상(겸직 인정) 2026년 8월 20일(기존 사업자 1년 유예)
변경신고 변경 후 14일 이내 사후신고 변경 30일 전 사전신고(대주주·법령준수체계 변경 시) 2026년 8월 20일
트래블룰 국내 사업자 간 100만 원 이상 이전거래 금액·수량 무관 전체 이전거래 + 수취 사업자 정보확보 의무 공포 후 6개월(2027년 2월경)

※ 이 표는 2026년 8월 14일까지 확인된 금융위원회·금융정보분석원 1차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감독규정 관보 고시 여부와 트래블룰의 정확한 시행 일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세부 내용은 바뀔 수 있습니다.

대주주 심사 범위에는 범죄전력 심사 대상 법률도 4개(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가 추가됐습니다.

왜 지금 이렇게 강화하나요

금융위원회는 이번 개정이 국제 자금세탁방지 기준과 최근 적발된 규제회피 정황을 함께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하주식 금융정보분석원 제도운영기획관은 8월 13일 신고매뉴얼 설명회에서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및 대주주의 건전성을 진입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점검·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개정이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기준, EU의 미카(MiCA) 규제, 미국에서 논의 중인 클래리티법안 등 주요국 규제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금융위 보도자료에는 실제 악용 정황도 예시로 담겨 있습니다. 특정 인물을 甲으로 표기한 익명 사례로, 실제 사건을 특정해 공개한 것은 아닙니다. 甲은 3개월가량 약 2억 원을 거래소에 입금해 테더(USDT)를 구입한 뒤, 100만 원 미만 단위로 216회에 걸쳐 나눠 출고했습니다. 원화를 넣고 가상자산만 내보내는 일방향 거래인 데다 수수료·시간 면에서 비효율적인데도 굳이 쪼갠 정황이 추적 회피 의심을 산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개인지갑에 분할 출고했다가 한 곳으로 다시 모으는 사례, 범죄피해금을 고위험 해외거래소로 옮긴 사례도 함께 실렸습니다.

업계 부담에 대해서는 하주식 기획관도 “현장의 목소리는 자금세탁방지 체계의 본질을 지키는 범위에서 함께 고민하며 해결방법을 찾아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문턱을 높인다지만, 2026년에 새로 들어온 곳은 한 곳뿐입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신고 문턱을 높이는 조치로 설명하지만, 실제로 그 문턱을 새로 통과한 사업자는 2026년 들어 한 곳뿐입니다.

FIU가 공개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신고 수리 VASP는 2025년 1월 41곳에서 2026년 6월 28곳으로 줄었습니다. 13곳이 그사이 말소되거나 폐업했습니다. 2026년 5월 말까지 새로 신고가 수리된 사업자는 단 1곳뿐이었고, 이 사업자는 2024년 6월 접수 이후 22개월 만에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심사 소요기간도 2022~2023년 평균 2~3개월에서 2026년에는 22개월로 늘었습니다.

이번 개정 특금법 부칙에 따라 기존 28개 사업자는 전원 재신고 대상이 됩니다. 2021년 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기존 사업자 전원이 같은 심사를 다시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대한경제 인터뷰에서 이번 개정을 “신규 진입보다 기존 사업자 재편에 초점을 맞춘 규제로, 이미 실명계좌를 보유한 소수 원화마켓 거래소에 유리한 폐쇄적이고 기형적인 시장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부채비율 200%는 사실상 한 곳을 겨냥한 숫자입니다

재무건전성 요건 중 가장 구체적인 기준은 부채비율 200% 이하입니다. 그런데 실제 수치를 대조해보면 이 기준이 특정 사업자 한 곳의 처지와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데일리안이 2025년 말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 18.3%, 빗썸 24.9%, 코인원 5.7%, 디지털엑스(구 코빗) 106.1%로 5대 원화거래소 중 4곳은 200% 기준을 크게 밑돕니다. 반면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부채총계 2,319억 9,501만 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185억 2,616만 원이며, 이용자예치금 102억 3,443만 원을 차감해도 부채는 약 2,218억 원에 이릅니다. 스트리미의 최대주주는 2023년 2월 지분 약 67%를 인수한 바이낸스입니다.

부채비율 200% 기준선,사실상 한 곳만 넘습니다5대 원화거래소 부채비율 비교200% 기준선업비트 · 18.3%빗썸 · 24.9%코인원 · 5.7%디지털엑스(구 코빗) · 106.1%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완전자본잠식200% 이내완전자본잠식자료: 데일리안 (2025년 말 기준 집계)

FIU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현재로서는 스트리미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은 부채비율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실측치는 원화거래소 5곳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나머지 23곳의 부채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업자들의 사정도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대한경제가 인용한 FIU 자료에 따르면 5대 거래소를 제외한 실적 공시 15곳 중 14곳이 적자를 냈고, 9곳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2026년 6월 시점). 부채비율 200% 요건에 붙은 1년 유예가 왜 필요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수치입니다.

3월 입법예고안보다 조용히 완화된 것들도 있습니다

이번 개정을 “역대급 규제 강화”라는 프레임만으로 보면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3월 입법예고안과 8월 확정안을 나란히 놓아보면 오히려 완화된 조항이 여럿 있습니다.

첫째, 해외거래소·개인지갑과 1,000만 원 이상을 거래할 때 처리 방식입니다. 입법예고안은 위험도와 관계없이 이를 의심거래로 보아 금융정보분석원에 일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확정안은 사업자가 자체적인 의심거래 관리체계를 구축·운영하는 의무로 바뀌었습니다.

둘째, 대주주 범죄전력 결격사유입니다. 입법예고안엔 예외가 없었지만 확정안에는 위반이 경미하거나 양벌규정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결격사유에서 제외하는 예외가 신설됐습니다. 금융위는 이 조항이 규제합리화위원회의 개선권고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각주에 밝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예외 조항이 신설된 시점은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완전자회사 편입 논의가 진행되던 때와 겹칩니다. 네이버가 공정거래법 위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특금법상 대주주 결격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이 예외 조항 신설을 권고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금융위가 밝힌 표면적 근거는 자본시장법 등 다른 금융업법과의 형평성이며, 이 조항이 특정 딜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기존 사업자의 재무·조직 요건입니다. 부채비율 200%, 조직·인력·전산설비·내부통제 요건은 감독규정 부칙에 1년 유예를 담을 계획이라고 금융위가 밝혔습니다. 준법감시인은 사업형태와 조직규모를 감안해 겸직도 인정하기로 했고, 전산설비 국내 소재 요건도 고유식별정보·개인신용정보를 처리하는 설비로 범위가 좁혀졌습니다.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중소형 사업자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수탁·지갑 사업자는 거래소에 비해 매출과 인력 규모가 작아 전문인력을 추가로 채용하고 전산설비까지 갖추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진 서강대 AI최고위과정 주임교수도 대한경제 인터뷰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거래소를 제외한 라이선스 사업자들은 연쇄적으로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내 지갑엔 뭐가 달라지나요

개인 투자자에게 실제로 체감되는 변화는 크게 세 가지이고, 셋 다 8월 20일이 아니라 내년 2월경부터 적용됩니다.

첫째, 금액 기준이 사라집니다. 지금은 국내 사업자 간 100만 원 이상 이전에만 트래블룰이 적용됩니다. 개정 후에는 금액·수량과 관계없이 모든 이전거래에 송신 사업자가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수취 사업자가 정보를 받지 못하면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그래도 받지 못하면 거래를 거절해야 합니다. 소액 출금에도 확인 절차가 붙는다는 뜻이고, 처리 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개인지갑·해외거래소로의 이전이 위험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뉩니다. 저위험 해외거래소로의 이전은 허용되고, 그 외 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을 때만 허용됩니다. 고위험 거래소는 아예 거래가 금지됩니다. 다른 사람 명의 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옮기는 절차가 원칙적으로 막힌다는 뜻이며, 개인 투자자가 가장 크게 체감할 대목으로 꼽힙니다. 다만 국내 사업자를 조일수록 규제가 닿지 않는 개인지갑이나 비협조 해외거래소로 거래가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셋째, 해외거래소·개인지갑과 1,000만 원 이상을 주고받을 때는 사업자가 자체적인 의심거래 관리체계를 구축·운영해야 합니다.

처리 물량은 얼마나 늘어날까요. FIU 원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국내 사업자 간 이전거래 중 건수 기준 60%가 100만 원 미만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적용 대상이던 40%가 100%로 넓어지는 셈이라, 처리 건수는 대략 2.5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이 60% 수치를 근거로 이 글에서 직접 계산한 추정치입니다). 녹색경제신문은 별도로 두나무의 트래블룰 확인 대상 처리량이 기존보다 세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두 숫자가 비슷한 범위로 수렴한다는 점에서, 처리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

확정된 일정과 아직 열려 있는 변수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28개 사업자의 재신고 마감은 시행일로부터 3개월 뒤인 2026년 11월 20일로 확정돼 있습니다. 반면 감독규정의 관보 고시 여부와 트래블룰의 정확한 시행 공포일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년 유예가 끝나는 2027년 8월경 재무·조직 요건을 실제로 채우지 못하는 사업자가 나올지도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재신고 이후 업계 재편 소식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탈 규모나 개인 투자자가 겪을 지연의 정도를 지금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변수입니다. 8월 20일은 문이 열리는 날일 뿐, 이번 개정의 핵심인 트래블룰이 실제로 작동하는 날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상품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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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요건 강화의 전말 (feat 트래블룰)”에 대한 댓글 1개

  1. […] 8월부터 시행 중입니다. 트래블룰과 재무·조직 요건이 강화됐는데, 그쪽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요건 강화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이 글은 거래소가 아니라 개인 투자자가 내는 세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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