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매물, 노원·중랑부터 사라진 이유


서울 전세 매물 실종 — 노원·중랑구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 현황, 중랑구 매물 0단지 비율 93%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치구에 따라 최대 90%대까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 매물 실종은 강남 같은 고가 지역이 아니라 노원·중랑·금천처럼 중저가 외곽 지역에서 먼저,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이 통계를 다룬 기사들은 대부분 “정책 규제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그 규제 중 상당수는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습니다. 시점을 하나씩 맞춰보면, 원인의 순서가 원 기사들이 전한 것과는 다르게 나옵니다.

왜 지금 이게 문제가 되나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전세 매물 실종은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 자체를 의미합니다.

매물이 적으면 협상력이 사라지고,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인이 조건을 올릴 여지도 커집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2026년 6월 거래분 기준(서울부동산정보광장) 6억 6,015만 원으로, 세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지 자체가 좁아지는 국면입니다.

다만 이 글이 다루는 매물 실종은 강남·서초·용산 같은 고가 지역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가 지역의 월세 전환 데이터는 이 글에서 다뤘습니다. 이번 이슈는 반대로, 중저가 외곽 지역에서 전세라는 선택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숫자로 보는 매물 실종 — 두 지표를 섞으면 안 됩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실종을 보여주는 숫자는 사실 서로 다른 두 지표이고, 기준일도 제각각입니다.

첫 번째는 매물 0단지 비율입니다. 한 단지 안에 등록된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는 단지가 전체 중 몇 곳인지를 세는 지표입니다. 세대 수와 무관하게 단지 하나를 1로 세기 때문에, 소규모 단지가 많은 자치구일수록 비율이 높게 나오는 성격이 있습니다.

2026년 5월 4일 기준(서울시·네이버 부동산 집계) 서울 전체 아파트 단지 10,874곳 중 8,654곳(79.6%)에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중랑구는 427곳 중 397곳(93.0%), 금천구는 92.1%로 서울 평균을 훌쩍 넘습니다.

반면 강남구는 52.5%, 서초구는 65.5%로 서울 평균보다 오히려 낮습니다. 고가 지역부터 매물이 마른 게 아니라, 중저가 외곽 지역에서 먼저·더 크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1년 전과 비교한 매물 건수 증감률입니다. 온라인에 등록된 매물 수 자체를 세는 지표로,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asil.kr)이 네이버 부동산 등록 매물을 집계해 산출합니다. 오프라인에서만 도는 물건이나 재계약으로 시장에 나오지 않는 물건은 애초에 분모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2026년 7월 16일 기준(아실 집계) 중랑구는 1년 전 412건에서 84건으로 -78.7%, 노원구는 1,086건에서 304건으로 -72.1% 줄었습니다. 구로구 -71.5%, 금천구 -71.2%가 뒤를 잇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는 -16%(2년 기준 -21.8%, 26,599건→20,803건)에 그쳤습니다.

이 격차를 자치구별로 나란히 놓아보면 서울 평균과의 차이가 뚜렷해집니다.

자치구별 전세 매물 감소율 비교1년 전 대비, 2026년 7월 16일 기준중랑구-78.7%노원구-72.1%구로구-71.5%금천구-71.2%서울 전체-16%자료: 아실(asil.kr), 2026년 7월 16일 기준

서울 전체 감소율이 두 자릿수 초반인데 중랑·노원·구로·금천은 그 4~5배에 달합니다. 서울 전역에 똑같이 적용된 요인 하나로는 이 정도 편차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자치구별 평균 전세가(2026년 6월 거래분, 서울부동산정보광장)를 보면 노원구 3억 4,060만 원, 구로구 4억 2,323만 원, 중랑구 4억 3,871만 원으로 서울 평균(6억 6,015만 원)보다 한참 낮습니다. 매물 실종이 고가 시장이 아니라 중저가 시장에서 먼저 벌어지고 있다는 걸 가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계, 얼마나 믿을 수 있나 — 성북구가 남긴 교훈

자치구별 -70~80%대 감소율 통계는 과거에 한 번 뒤집힌 전례가 있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2026년 2월 서울시장이 성북구 전세 매물이 1년 새 90.6%(1,300건→124건) 줄었다고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경제가 2026년 3월 3일 검증한 결과, 숫자 자체는 맞았지만 원인은 정책이 아니라 통계 착시였습니다.

2025년 3월 31일 입주를 시작한 장위4구역(성북구 최근 10년 최대 단지)의 입주장 전세 물량이 1년 전 기준치를 비정상적으로 부풀려놓았던 것입니다. 대단지 입주 시점에는 신규 전세 매물이 일시적으로 쏟아지는데, 그 시점을 비교 기준으로 삼으면 이후 감소율이 실제보다 크게 나옵니다.

같은 구조가 중랑구에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 SK VIEW 롯데캐슬(1,055세대)은 2025년 6월 27일부터 11월 26일까지 입주가 진행됐습니다. 아주경제가 “1년 전”으로 비교한 기준일(2026년 7월 16일)의 1년 전인 2025년 7월 16일은 이 입주장 한복판입니다.

서울 최대 감소율(-78.7%)이 정책 효과가 아니라 이 입주장의 기저효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중랑구 매물 중 리버센 비중이 정확히 얼마였는지까지는 확인되지 않아, 이 부분은 가능성으로만 짚어둡니다.

그렇다고 통계 자체를 전부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착시를 감안해도 서울 전체가 1년 새 -16%, 2년 새 -21.8% 줄었다는 추세는 남아 있고, 강남 52.5%와 중랑 93.0%의 격차도 기저효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착시는 있지만 현상 자체는 실재한다는 게 균형 잡힌 해석입니다.

전세대출 규제 때문이 아닙니다 — 시점을 다시 맞춰보면

매물 실종의 원인으로 자주 지목되는 규제 중 상당수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시행 전 규제도 종류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경로가 다릅니다.

지금 실제로 발효돼 작동 중인 규제는 2025년 10월 15일 발표되고 같은 달 20일 효력이 발생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입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매수자에게 2년 실거주 의무가 붙으면서 전세를 낀 매매(갭투자)가 사실상 막혔습니다. 시행 후 10개월 가까이 지나 시점상으로도 지금의 매물 감소를 설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규제입니다.

여기에 서울 입주 물량 감소도 겹칩니다. 한국부동산원·부동산R114 집계(2026년 2월 27일 발표)에 따르면 서울 입주 물량은 2025년 4만 6,710가구에서 2026년 2만 7,158가구(-41.9%), 2027년 1만 7,197가구로 계속 줄어듭니다. 정책과 무관한 순수 공급 요인이고, 시차 구조상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신규 계약 비중은 2026년 1월 52.6%에서 6월 45.0%로 줄고, 재계약 비중은 47.4%에서 55.0%로 늘었습니다. 이 재계약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경우와 임대인·임차인 합의로 다시 계약한 경우가 섞여 있어, 갱신권 행사가 늘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신규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가 줄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반면 2026년 8월 13일 발표된 부동산금융대책(금융위원회)에 담긴 전세대출 실거주 이력 규제는 아직 발효 전입니다. 8·13 대책 전체 내용은 이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 이 대책에 포함된 조치 중 하나가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제한입니다. 이 규제가 실제로 언제 시행되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했습니다 — 2027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고, 비거주 1주택자가 전세대출 보증을 받으려면 실거주 이력이 필요해지는 내용입니다. 시행되지 않은 규제가 2026년 8월 현재의 매물 감소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를 더 짚어야 합니다. 2026년 8월 3일 발표된 세제개편안(기획재정부)에 담긴 종부세 개편도 적용 시점이 2027년 6월 1일 과세기준일입니다. 국회 통과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실거주 1주택자 기본공제는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늘리고,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줄이는 내용입니다. 이 개편은 8·13 대책과는 별개로, 열흘 전에 따로 발표된 세제 대책입니다.

전세대출 규제와 종부세 개편 둘 다 2027년 시행이라면, 둘 다 지금의 매물 감소와 무관하다고 봐야 앞뒤가 맞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릅니다.

두 규제는 사실 같은 사람을 겨냥합니다. 집이 한 채 있는데 거기 살지 않는 사람, 즉 비거주 1주택자입니다. 종부세는 그 사람이 가진 집에, 전세대출 규제는 그 사람이 사는 집에 각각 작용합니다.

갈리는 건 시한입니다. 종부세는 2027년 6월 1일이라는 고정된 과세기준일이 있어서, 그날 실거주 상태이려면 2년짜리 전세 계약을 역산해 2026년 하반기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반면 전세대출 규제는 그 사람이 지금 사는 집의 계약이 만료될 때 비로소 문제가 되고, 그 시점은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점의 매물 감소를 설명하는 힘은 종부세 쪽이 더 큽니다. 전세대출 규제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시한이 흩어져 있어 2026년 8월이라는 한 달에 효과가 몰릴 이유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세사기 여파도 있습니다. 다만 이 영향은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다세대 같은 비아파트에서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 2026년 상반기 서울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78.1%로 5년 평균(62.1%)보다 16.0%p 높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52.0%로 전년 동기(43.9%)보다 8.1%p 올랐습니다. 빌라 전세를 꺼린 수요가 아파트 전세로 옮겨가면서 아파트 전세 수요 자체를 밀어올리는 간접 경로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 8·3 세제개편안의 종부세 개편은 이 글을 쓰는 시점(2026년 8월 18일)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시행 여부와 세부 내용은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 이주, 진짜 정점은 2028년입니다

2026~2028년 서울 정비사업 이주 수요 8만 3,630가구는 누적치일 뿐이고, 연도별로 쪼개면 진짜 충격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자료(뉴스1, 2026년 8월 7일 보도)를 연도별로 나누면 2026년 2만 5,230가구, 2027년 1만 3,144가구, 2028년 4만 5,256가구입니다. 3년 치 물량의 절반이 넘는 54%가 2028년 한 해에 몰려 있고, 오히려 2027년이 가장 적습니다. 서울시 자료 기준이며, 같은 자료를 인용한 다른 보도에서는 합계가 8만 3,546가구로 84가구 차이가 납니다. 집계 시점에 따라 소폭 달라질 수 있는 계획치입니다.

입주 물량을 겹쳐보면 그림이 더 뚜렷해집니다. 2026년 이주 수요 2만 5,230가구는 같은 해 서울 입주 물량 2만 7,158가구와 거의 맞먹습니다. 2027년도 이주 1만 3,144가구, 입주 1만 7,197가구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두 해 모두 순증 효과는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주 수요가 입주 물량을 압도하는 시점은 2028년, 이주 4만 5,256가구가 몰리는 그 해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매물 실종을 정비사업 이주로 설명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전세를 구하는 입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나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선택지가 계속 줄어드는 국면이고, 외곽 지역일수록 그 속도가 더 빠릅니다.

매물 자체가 줄면서 전세를 구하는 협상력이 약해집니다. 계약 갱신 시점에 임대인이 조건을 올려도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 늘어납니다.

전세가율도 오르고 있습니다. KB부동산 2026년 5월 기준 강북구 63.48%(2019년 12월 이후 6년 5개월 만의 최고), 중랑구 62.9%, 금천구 62.8%, 도봉구 60.02%(6년 4개월 만에 60% 돌파)로 60%대에 진입한 자치구가 늘었습니다. 다만 노원구는 55.57%로 아직 60%대는 아닙니다(2020년 4월 이후 최고치이긴 합니다). 전세가율이 오를수록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갭)가 줄어, 갭투자 유인이 다시 생길 여지도 있습니다.

신규 계약 비중이 줄고 재계약이 느는 흐름은 임차인이 이사 자체를 미루고 눌러앉는 경향으로도 읽힙니다. 이사 비용·중개수수료를 감안하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그만큼 시장에 새로 나오는 매물은 더 줄어듭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부원장(은행 소속)은 계약 만기 이후 신규 계약분부터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서울시 서울총괄건축가 겸직)는 정책의 원래 타깃은 초고가 시장이었는데 실제 영향은 전월세 시장 말단까지 번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두 견해 모두 개인 의견이고, 각각 은행·서울시와의 관계를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앞으로 이 흐름을 다시 확인해야 할 시점은 세 가지입니다.

  •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실제로 2028년에 정점을 찍는지, 그 전후로 입주 물량이 얼마나 따라붙는지.
  • 8·3 세제개편안의 종부세 개편이 국회를 실제로 통과하는지. 통과된다면 비거주 1주택자들의 선반영 움직임이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 2027년 1월 시행 예정인 전세대출 실거주 이력 규제가 다가올수록, 비거주 1주택자들의 계약 만료 시점이 하나둘 돌아오면서 흩어져 있던 선반영 효과가 누적돼 매물 감소를 더 키울지.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시점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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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상품·시점의 매수·임대 결정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실제 계약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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